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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imo 2013. 4. 25. 23:59



스타일

저자
백영옥 지음
출판사
예담 | 2008-04-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억 원 고료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패션계의 화려한 직업의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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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명의 드라마에 대해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뭘로 시작할까 하다가 몇 가지 미디어 제품들을 생각해보는 걸로 출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소설과 영화다. 우리나라에서도 상다히 흥행한 영화이자 소설로 알고 있는데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의 아름다운 스타일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는 패션계, 조금 확장하자면 사회생활에서 살아남는 것의 고충을 다룬다.


둘째는 <스타일>이라는 동명의 드라마다. 이 소설이 원작인데 주인공 배역의 색깔이 약해 결국 박기자 역의 김혜수가 주인공 대접을 받으며 끝나게 된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자세히 보지 않았지만 간간히 김혜수의 '엣지있게'라는 대사가 흘러나오는 예고편이나 클립들을 보기는 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후로 패션계 종사자들에 대한 미디어 제품들은 이전보다는 분명히 많은 것 같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화려해보이는 이면에는 굉장히 치열하고 부당하고 불합리한 세계가 있다고 역설하는 것이다.


이 소설도 그러한 점에선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이 소설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면 21세기 대한민국의 직장여성, 도시민들의 애환을 적절한 형태로 가공해서 보여주고, 우리의 현실을 환기하는 과정이 상기한 작품보다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2. <스타일>의 스타일리시함


비단 번역체뿐만이 아니어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그리 빼어난 구성을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소설이 조금 낫지만 난 소설도 별로 높이 평가하진 않는다. 그래도 <트와일라잇>보다는 낫지만) 이 작품은 본인의 경험을 녹여내는 것에 비해선 다소 낭만화된 이미지들을 그리고 있으며 패션계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주인공과 그것을 버리기로 결심하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 사이의 괴리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는 주인공과 완전히 대립하지 않은 상태로 끝나게 되고 만다. 웃긴 것은 패션계의 화려함 뒤의 불합리성에 절망한 주인공이, 불합리성 뒤에 숨겨진 이면을 다시금 살펴보고 수긍했다가도 결국 불합리하다면서 전통적 의미의 언론지에 취직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타일>은 이 지점에서는 훨씬 설득력있다. 주인공인 이서정은 패션계의 허무함을 보았지만 그래도 그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에 패션계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신의 직장을 사랑한다. 그 가운데 오히려 패션이 소비되는 방식, 상업화 논리 하에서 패션의 창의성과 진실성이 희생되는 그 과정에 반기를 드는 것에 가깝다.


제칼린을 먹어가면서 살을 빼는 모습, 까다로운 탑 여배우를 인터뷰하는 것, 정체를 알 수 없는 레스토랑 리뷰어의 정체를 캐는 것은 이러한 그녀의 '자리 지키기'와 조응하며 그녀의 행동에 큰 동기들을 부여해준다.



3. 스타일리시하지만 스타일리시할 뿐


그녀의 사회적 자아가 이 이야기의 하나의 축이라면 또 다른 한 축은 내면적 자아이다. 그녀의 기억에서 삭제된 무언가는 성수대교 붕괴 사건과 관련이 있으며(*개인적으로 성수대교 사건이 나오는 것은 다소 작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냐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가족과 연인, 배우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자면 사회적 자아와 개인적 자아가 합치되는 방식이 연인인 '박우진'(왠지 모르겠지만 드라마에서는 류시원 씨가 서우진으로 분했다. 왜 박씨에서 서씨로 바꿨는지가 조금 의문)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것인데, 그가 잊어버린 과거의 핵심인물이며 그녀의 트라우마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물이라는 기묘한 일치는 억지스럽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또한 그녀가 왜 그를 사랑하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완전히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심지어 그녀는 김민준이라는 이상형에 해당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와중에도 결국 박우진이라는 인물의 진실성에 끌리게 된다는 점은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점은 김민준이라는 물타기용 배역의 등장인데 주인공이 박우진과 그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김민준이 게이로 밝혀지면서(게이는 악세사리인가?) 그에 대한 주인공의 마음은 '심문되지 않은 채'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며 이 소설의 '행복한 결말'은 이미 다 기획되어 있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4. 정리하자면


세계문학상 수상작들은 공통적으로 '현대 21세기 한국사회'의 고민들을 문자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작품들에 수여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에디터'와 '기자'라는 직업의 실상이나 '성수대교' 사건이라는 현대적 사건을 연결시킨 이서정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스토리의 전개에 있어 작가의 의도성과 때때로 억지가 느껴진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이에 대한 작가의 말도 설득력이 있으니 일단은 붙여넣어 본다.


"이 복잡한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단선적으로 설명되는 ‘이즘’이나 ‘고민’ 같은 건 실종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이 소설을 나는 감히 화해에 관한 성장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과거와의 화해, 원수라 생각했던 사람들과의 화해, 진정한 자기 자신과의 화해, 세상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다양한 스타일들과의 화해…. "(<작가의 말> 중)


*덧: 세계문학상은 통일교의 문화 산업의 일환이라고도 한다. 고료는 1억. 자세한 자료는 찾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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