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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herimo 2013. 4. 25. 10:53



아침의 문(2010 제 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대상수상작)

저자
박민규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 | 2010-01-2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현대소설의 흐름을 보여주는 이상문학상 작품집!2010년 제3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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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책 리뷰..정확히는 단편 리뷰


박민규,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도발적이고 어떻게 보면 선정적이기까지 한 제목이지만 내용은 매우 판타스틱하다. 자동차 외판원인 '나'는 성과주의적 자본주의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그러한 구조에서 탈출할 수 없는 전형적인 소시민이다. 박민규는 여름날에 찌든 직장인의 심리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마초적인 냄새가 나지만 사실은 섬세한 리얼리즘적 시각을 보여준다. 쉽게 말해 여름에 일해 본 적 있으면 매우 공감갈 만한 묘사. 문제는 소설의 갈등 상황을 쉽사리 해결하기 어렵다는 거다. 소설의 특성상 어떻게든 해결을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 버리면 작가가 고민했던 자본주의에서의 주체의 위치, 그 불안정성에 대한 고민이 헛되이 날아가 버리는 불편함을 피할 수 없다. 이 지구 안엔 아무래도 정말로 현실적인 해법은 없는 것만 같다.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하고 탈출구는 없어보인다. 결국 '나'는 지구에서 탈출해서 우주로 나아간다. 이 우주적 상상력은 소설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누는 기준이 될 터인데, 후반부에서는 특유의 판타즘적 시각을 이용하여 극을 진행시킨다. 그러나 우주적 상상력에서도 자본주의의 노예로서의 '나'는 가진 자, 거대한 자들에게 엎드려 절하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나의 위치를 보장받기 위해 아등바등한다. 판타지 속(화성)에서는 이제 생명의 위협이 좀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애초에 자동차는 운송 수단이지만 이제 그 목적은 중요하지 않다. 자본주의 안에서 사물/제품이란 욕망의 표상일 뿐이고 애초에 존재하던 목적이란 건 어디에도 없으며 욕망만 만족시킨다면 상관없을 터였다. 이제 자동차 외판원의 자동차는 적당한 바이브레이터가 된다. 가장 근본적이고 음습한 욕망을 충족시키며 화성의 귀족마나님들의 애호품이 된다. 


결국, 해결 방법이 없는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판타즘의 도입이란 점에서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와의 유사성도 보이지만 박민규의 문체는 좀 더 리얼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 구성도 그나마 단순한 편이고 메시지도 명확히 전달된다. 리얼하기 때문에 판타지는 더욱 부각되고 수단적인 요소로 기능한다. 그러니까 현실이 아주 좆같이 시궁창이란 점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그리고 지구 안에선 해결 방법이 없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작가의 이런 판타지로의 도피-현실적 문제 해결의 회피라는 문제는 이후 작품인 <아침의 문>에서 생명과의 조우라는 현실적이면서도 신기하고 진귀한 경험을 통한 삶의 재인식과 재주체화를 통해 돌파해낸다. 그런 후속 작품이 있기에 이 소설이 더욱 값진 것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이 글을 읽은 것은 2010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에서 작가가 이 소설을 자선 대표작으로 꼽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링크는 그 책으로.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22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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