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knowledgement

<이상문학상 작품집> 감상 본문

읽기/읽기_독서

<이상문학상 작품집> 감상

herimo 2013. 4. 25. 10:35



옥수수와 나(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12년)

저자
김영하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 | 2012-01-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현대 소설의 흐름을 보여주는 이상문학상 작품집!2012년 제36...
가격비교


<이상문학상 작품집> 감상.

올해로 36회째를 맞이한 일단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중단편 소설상. 올해 수상작은 작가 김영하 씨의 <옥수수와 나>. 감상이 기므로 읽지 않을 사람은 여기서 끝내주십시오. 


1. 김영하?


김영하란 이름은 꽤 익숙하다. 고등학교 땐가 누나가 대학 과제물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읽었고 나도 몇 페이지쯤 들쳐 봤었다. 내가 본 부분은 섹스할 때 막대사탕을 계속 물고 놓지 않는 여자에 대한 몇 자의 글이었는데 난해하고 기묘하단 생각에 책을 덮었다. 그 책은 아직도 우리 누나의 방이었고 지금은 내가 휴가 나가서 쓰는 방의 책장 한 켠에 고이 모셔져 있다=아무도 읽지 않는다.


2. 이상 문학상


나는 옛날부터 상의 권위에 약한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Grammy 같은 꼰대들의 잔치에도 열광하는 거고. 의외로 KBS, MBC, SBS의 방송3사 연기대상 시상식을 매년 챙겨본다. 상이란 좋다. 다들 기뻐하고 누군가에게 감사하고..그간의 힘듦과 어려움을 잠시나마 떨치고 가려낸 뒤에 금도금한 트로피의 찬란한 휘광이 감도는 그런 느낌. 연기대상 시상식처럼 권위 없는 시상식도 이럴 진데 아카데미나 에미, 그래미 같은 세계 유수의 시상식들을 안 좋아할 수가 없는 게다. 이렇게 속물적이다 보니 접하게 된 또 하나의 상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이상문학상. 개인적으로 난 이상의 시를 그리 좋아하지 않으나 <날개>나 <권태> 같은 줄글은 꽤나 인상깊게 읽은 경험이 있기에 이상이란 이름에 거부감은 덜 했다. 그리하여 내가 처음으로 산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작년, 그러니까 2011년도 작품집이다. 작년 수상작은 공지영 씨의 <맨발로 글목을 돌다>. 개인적으론 처음 산 것치곤 대상 수상작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가와 개인, 개인과 사회, 사회와 역사를 잇는 그 시도는 어딘지 모르게 억지스러워 보였다. 아주 진솔하게 느껴져야 할 자전적 소설인데도 그랬다.


3. 올해


아마 올해 이상문학상 작품집 표지가 이렇게 깔끔하고 예쁘게 바뀌지 않았더라면 안 샀을지도 모른다. 김영하란 작가는 내 손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름이니까 더더욱. 그래도 뭔가 예쁜 책은 갖고 싶어하는 수집욕구의 발로로 질렀다. yes24의 메인 홍보 페이지 링크를 보자마자. 원래 내가 소비 충동에 약한 사람이니까 이렇게 돼 버린 거지. 무엇보다 이걸 시키면 배송비도 공짜래서...10% 할인받아서 만 얼마에 질렀다.


4. 결과적으로


나름 만족. 많은 심사위원들이 김숨 씨의 <국수>와 대상수상작 경쟁을 벌였다고 심사평을 적었는데, 난 <옥수수와 나>가 대상수상작이 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내 취향에 맞았다. 작가인 '나(이름은 박만수였나 그렇다)'는 전처인 '수지'에게 딸인 '쫑'의 학비를 빌려달란 얘기를 듣는다. 새로온 출판사 '사장'은 제멋대로 작가 작품을 해석하긴 했지만 일단은 작가의 팬이었고 작가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뉴욕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를 임대해준다. 그런데 이 작가 선생은 사장이 나타난 순간부터 전처 수지와 사장의 관계를 의심한다. 이 이야기를 자신의 친구들이자 작가인 '카페' 주인과 '철학'가에게 묻는다. 그들은 각각 배우자들이 바람을 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전처와 사장의 연결고리는 그냥 '섹스'다. 철학은 나에게 이야기한다. "우리(카페의 마누라와 철학)는 섹스를 하는 게 아니라 섹스를 한다라는 관념을 함께 처리하고 있는 거야." 카페는 이렇게 얘기한다. "(엄마들이 아들을) 아들이라고 부르는 순간, 엄마와 아들 사이에 어떤 완충지대도 없어지는 거야. 섹스 파트너라는 말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내 말은, 프라이팬에 뭘 구우려면 말이야. 먼저 기름을 둘러야 한다는 거야. 그래야 서로 들러붙지를 않지."


여기까지만 봐도 이 소설이 관심을 갖는 주제는 섹스, 몸, 돈, 관계같은 단어들이다. 나는 어쨌든 돈이 필요해서 소설을 쓰려고 한다. 그러나 우연찮게도 만나게 된 사장의 전처(혹은 내연녀)와 홀린 듯이 섹스를 하고 홀린 듯이 글을 쓴다. 사장에게 발각당한 그는 전처인 수지가 사실 카페와 몸을 섞고 있었단 사실을 알게 되고 사장과 자본주의라는 심판대에서 자신이 홀린 듯이 쓴 소설을 평가받는다. 혹은 그것이 팔리기를 평가받는다. 그리고 결국 이 작가는 닭이라는 자본/사장에 쫓기는 작은 옥수수일 뿐인 것이다.


평들은 자본주의라는 제도의 억압을 세련되게 혹은 재치있게 그려낸 작가의 필력을 높이 평가했으나 난 김영하를 처음 읽는 사람으로서 그의 판타즘과 리얼리즘을 혼용하는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기의 토막토막은 현실적이지만 그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나 작품 전체를 휘감고 도는 분위기는 어디까지나 판타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현실의 문제를 예리하게 짚어내면서도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우악스럽지 않게 연결해낸다. 괜시리 줄곧 현실적/역사적인 시각으로 개인의 문제를 추구해 역사로 연결시키려는 작년 대상작의 시도보다 훨씬 세련돼 보였고 설득력도 있었다. 단편화된 진실이 전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엮이며 오히려 부조리한 현실상의 얼개를 보다 개연성 있게 그려낸단 얘기를 하고 싶다.


다만, 심사위원 작가 신경숙 씨가 평했듯 치밀함이 결여돼 있다. 나는 이 말을 내 식대로 읽어 촘촘함이 떨어진다고 읽어냈다. 김숨 씨의 <국수>(올해 우수상수상작)에 존재하는 밀도감, 한국적 정서인 '미운정'과 같은 요소들이 이뤄내는 끈덕짐이 <옥수수와 나>에는 부족했다. 물론 이 작품은 이래야 더 이 작품답게 재미있었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나름 만족스럽다.


100점 만점에 85~90 정도를 주고 싶은 느낌.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80945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