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knowledgement

2008년도/2009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본문

읽기/읽기_독서

2008년도/2009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herimo 2013. 4. 25. 10:58

뭔가 도매급으로 책 리뷰.



2008년도/2009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1. 2009년도: 김연수 -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제3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2009)

저자
김연수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 | 2009-0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현대소설의 흐름을 보여주는 이상문학상 작품집!2009년 제33회...
가격비교



짧은 시간에 척척, 코끼리도 재울 수 있으며, 침대에서는 잠만 자고 섹스만 하고, 결국 혼자서 걸어가게 될 것이며, 거리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될 것이다.


책에 딸린 평론에서는 코끼리를 고통으로 해석하는데 글쎄..내가 보기엔 아무래도 외로움이 아닐까 싶다. 내가 이 작품에서 주목한 부분은 개인적 서사를 사회적 서사로 때때로는 저지구적 서사로 확대시키곤 하는데 그 장면 장면이 우왁스럽지 않으면서도 소설의 전개와 퍽 잘 어울린다.


예컨대 나의 고통/외로움/코끼리를 응축시키면 그 크기가 지구만 하다는 대목이나 고궁을 나오며 그들이 보는 시위 장면 등은 나만의 슬픔이 나만의 것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타인, 타인의 집합, 사회 등으로 코끼리의 개인성과 사회성을 동시에 향유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매우 수긍할 만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의 슬픔, 나만의 슬픔이 있다면 타인에게도 그들만의 고통과 외로움, 헛된 고민들이 있을 것이다. 코끼리를 다루는 데 있다면 전문가일 Y씨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고통을 다루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큰 울림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2. 2008년도: 권여선 - 사랑을 믿다.




사랑을 믿다 (제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08년)

저자
권여선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사 | 2008-01-1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 해 동안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ㆍ단편소설 중, 가장 주목받...
가격비교



사랑이 보잘것없다면 위로도 보잘것없어야 마땅하다. 그 보잘것없음이 우리를 바꾼다. 그 시린 진리를 찬물처럼 받아들이면 됐다.


사랑과 믿음이라는 두 가지 어려운 추상적 개념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것은 소설 속의 화자에게도 퍽 믿기 어려운 얘기다. 도대체 사랑을 믿는다는 건 무엇인가? 소설은 세 개의 층위를 갖고 전개된다. 남성적 화자인 '나'와 그를 좋아했던 (그러나 그는 그 사실을 몰랐던) 그녀, 그리고 실연에 괴로워 하는 그녀의 친구의 이야기. 이들은 모두 사랑을 성취하지 못한 이들이며 이 때문에 실연의 아픔을 견뎌내야만 하는 이들이다. 이런 고통은 술판, 특히나 마음에 드는 술집에서의 술판으로 이어지는데 이를 통해서 그들은 어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삼 년 전에 자신이 그를 좋아했음을 알리지 않으려 하지만 그는 알아채고 어느 새 자신도 그녀를 좋아했음을 인정하고 이제는 결국 그 엇나간 타이밍의 사랑에 씁쓰레한 아픔을 느끼게 된다. 맥주 속에 알알이 심어져 남아있는 안동소주의 맛처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 중 하나인 <허니와 클로버>에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준다 단지 그 조건인데도 영원히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든다." 라는 말이 나온다. 근데, 권여선의 이 작품에서는 단순히 서로가 서로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그 상황과 시기 또한 맞지 않으면 사랑을 잃을 수박에 없다. 사랑을 잃는 건 일상이고 사랑은 그래서 보잘것없음이 되며 위로도 보잘것없음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을 믿으며 일상을 살아낸다.


내가 이 소설에서 놀란 점은 놀라우리만치 순수하면서도 가슴 아픈 사랑이란 말을 추억으로도 현재로도 잊고 싶은 과거로도 다층적으로 조명하며 잔잔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곧, (작가는) 사랑이란 보편적인 주제를 술판으로 끌여들여와 서로의 본심을 이제는 말할 수 없는 두 주인공의 담화 속에 배치시켜 사랑의 어렴풋한 잔상과 이뤄질 수 없는 아쉬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으로서 존재하는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이다. 강추강추


개인적으론 2009년도 대상보단 2008년도 대상이 더 내 취향에 맞았고 재미있었다. 특히 2008년도 수상작은 기대하지 않고 봐서 더더욱 그런 느낌.

'읽기 > 읽기_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룬의 아이들  (0) 2013.04.25
<혁명을 기도하라> 서평  (0) 2013.04.25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0) 2013.04.25
카발라: 유대교 신비주의  (0) 2013.04.25
Ideology and Ideological State Apparatuses  (0) 2013.04.25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