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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 그 연구의 역사

herimo 2013. 4. 27. 18:30

#북리뷰




종교학

저자
에릭 샤프 지음
출판사
한울아카데미 | 2007-09-20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영국의 종교학자 에릭 샤프의 『종교학, 그 연구의 역사』.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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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 Sharpe (1986), Comparative Religion: a history, London: Duckworth/La Salle: Open Court. 

윤이흠·윤원철 역 (1986), 『종교학: 그 연구의 역사』, 파주: 한울.


내용에 대한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사소한 이야기를 몇 개 해보고자 한다.



-서지에 대해.


서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건 두 가지. 하나는 원서 출판사가 두 개라는 것. 내용은 같으니 다른 출판사에서 영국과 캐나다(북미)에서 동시 출판됐다고 보면 되겠다. 내가 알고 있기로 한국어판에서 참고한 판본 및 이 책의 일반적인 판본은 Open Court라고 알고 있다. (구글 스칼라도 북미를 기준으로 하니까요..)


또 하나는 국역본의 역자가 둘이며, 매우 빨리 번역이 끝났다는 것인데...한국어판을 잘 살펴봐도 이 책이 어떤 판본을 참조했는지는 명시돼 있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내가 알고 있기로 정식으로 판권을 사온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역자는 두 분이신데 윤원철 선생님께서 군대 계실 적에 번역을 하셔서 윤이흠 선생님은 간단히 감수만 하셨다고 한다. 음, 그러니까 이 책 역시 군대 잉여력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잉여"력의 산물이라기 보단 "덕력"의 산물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 짧은 시간에 번역을 탈고한 것치고는 상당히 준수한 번역의 질을 보여준다. 상당히 매끄럽게 읽히며 오탈자나 오역도 그리 많지 않다(가끔 아예 해석이 정반대로 된 것이 있는데 이런 것은 안/못 등을 안 적은 실수로 봐야겠다).



-책값에 대해.


이 책은 1986년 한국에서 초판이 간행된 후에 증쇄를 거듭하였다. 네이버 기준으로 보면 86년판 외에 2005년, 2007년, 2012년에 나온 책들이 있는데...일단 2005년까지는 14000원으로 돼 있고 내가 가지고 있는 2007년판은 16000원, 2012년에 증쇄된 것은 무려 18000원이다..그러니까 어차피 이 책은 매우 협소한 규모의 학과에서 쓰는 교과서라서 아주 적은 수량만 나가고 그 대신 매년 일정 수량은 꾸준히 나가니 출판사 입장에서는 조금씩 여러 번 찍으면서 책값을 올려 받는 게 이익인 듯 하다. 그래도 고만 올려 개객끼들아!



-개정에 대해.


책값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기본적인 오탈자를 수정해주지 않을 뿐더러 내 책의 경우 215~216쪽이 3번이나 반복되는 무한루프를 타고 있다. 이게 내 책만 그런 건지 아예 원고 편집이 잘못 된 건지 모르겠다. 역자가 고칠 게 아니라 출판사에서 교정해줘야 할 사항에 대해서도 교정이 안 이루어지고 있으나 책값은 계속 오르고 있는 셈. 왜 올리냐..?



-내용에 대해.


내용은 종교학이라는 비교적 탄생한지 얼마 안 된 "학문"의 "학사"를 살펴보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책이다. 영미권에서도 오래 전부터 교과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내용의 적실성과 적당한 분량 내에서도 세부적인 내용을 최대한 보충해주려는 저자의 세심함 등이 인상적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가 "지면이 부족하지만", "여기서 그를 다룰 시간은 없지만" 등이다. 제한된 지면에서 최대한 성실하게 여러 가지 사항을 짚어주고자 했던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


이런 정보전달형 책의 관점을 비판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기 때문에 아주 간단히 이 책을 요약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저자 에릭 샤프는 종교학이라는 (비교적) 신생 학문의 탄생에는 세 가지 필수조건이 있다고 말하며 책을 시작한다. 3M으로 요약할 수 있을 텐데, 동기(Motive), 자료(Material), 방법(Method)이 그것이다. 전체적으로 종교학의 탄생에 큰 영향을 준 사조와 주요 학자들을 주요 주제에 맞춰서 배치하고 주제의 흐름에 있어서 연대를 배려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방법론이 주요하게 부각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에서 서술하는 종교학의 방법론은 아주 크게 나누면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사회)진화론"에 의존하여 종교의 변화와 기원을 추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에서 변천하지 않는 불변의 특질을 찾아내고자 하는 방법론(예컨대 종교심리학, 종교사회학, 종교현상학 등)이다.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거칠게 일반화하자면) 사회진화론에 영향을 받은 일련의 방법론들은 주로 역사학적이고 문헌학적인 방법론에 몰두하게 된 반면, 후자의 방법론들은 "종교"에 있어서 공감 혹은 (이 책의 표현대로라면) "사회학적"인 방법에 몰두하게 된다. 이러한 방법론상의 균열은 유럽-북미 간 방법론 논쟁을 불러오는 원인이 된다(이 책 12장 참조). 독일의 종교학(religionswissenschaft; wissenschaft는 science를 의미한다)과 시카고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식 종교학(History of Religions) 및 랭카스터를 중심으로 하는 종교연구(Religious Studies)의 입장은 모두 조금씩 다르며 사실상 이들 사이의 어떤 합의점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직 하나의 합의점이라면 그것이 "종교"라는 기표에 부착된 의미들에 천착한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이렇듯 학문 방법론의 분열은 실상 "종교학"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의 분열을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방법론뿐만 아니라 그것이 대상으로 삼는 "종교"라는 단어의 의미 역시 다양한 측면을 보이며 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상에 대한 시각 차이는 결과적으로 "동기" 및 "방법론", 나아가 "자료" 선정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불러온다. 일례로, 랭카스터 식의 종교연구가 취하는 광범위한 자료와 방법론들을 종교를 연구하는 모든 학자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로 생각되는 것, 그것 하나만이 이 분열된 학문을 하나의 테두리 안에 묶어 놓는 원동력이다. 보기에 따라서 종교학은 다양한 학문적 동기와 방법, 자료에 열려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되려 중요한 것은 이 "열려있음"을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블레커는 현상학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말하고 있지만 이를 종교학으로 바꾸어도 크게 모순되진 않을 것이다. "첫째 조건은 학자들이 ... 종교사에 담긴 진리에 대해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확고한 지식을 모으는 것이다. 둘째, 이제는 거대한 장편 대작을 써 낼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현대 문학과 마찬가지로 단편의 형식을 취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단편이되 그 방법과 내용에 있어서는 지금까지보다 더 사실에 입각해서, 또 비판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Bleeker in this Volume, 355)


샤프가 마지막에 강조하고 있듯이 "종교학에 필요한 것은 방법론 문제에 있어서 엄격히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태도가 아니다. ... 여러 다양한 방법과 접근방식들이 서로 만날 때에만이 우리는 종교라는 인간현상을 그 복잡한 모습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리라는 기대나마 가질 수 있다." (356)


동기, 자료, 방법이 종교학의 필수 조건이라면 "능력, 솔직, 공경", 그리고 샤프가 강조하는 "주장을 굽히지 않되 그 판단의 기준을 분명히 밝힌다면 학자는 어떤 의견이라도 표명할 수 있"는 개방성이 종교학을 하는 태도의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356 참조).



-보다 다양한 의견들을 소망하며.


이 책은 3월부터 시작될 학부생 "종교학 세미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읽었으며 이 책에 대해 보다 다양한 의견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동학들과 같이 책을 읽은 지도 꽤 오래됐는데 대화하는 방법을 까먹지는 않았는지 걱정이다. 그럼 3월을 기대하며.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87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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