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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반/방/공동체에 대해서 본문
과/반/방/공동체에 대해서..
서울대에는 과반 공동체라는 것이 있다. 인문대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광역단위로 모집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로 뿔뿔이 흩어진 인문1/인문2 학생들을 나눠 15개의 단위로 나눈 것이다. '15'란 숫자는 당연히 기준 학부/학과의 숫자. 곧 '과->반'으로 공동체의 기본단위가 이동된 것이다. (물론 난 이때 일은 잘 모름)
이때도 뭐 과가 광역으로 모집되니 그에 대한 우려나 찬반 논란, 과정의 합리성 문제로 스랍 등이 뜨겁지 않았을까 싶은데..그때 일을 모르는 꼬꼬마 09학번은 그냥 조용히 있겠습니다.
아무튼 이게 그럭저럭 잘 내려오면서 과를 넘어서 과반이란 단위는 점점 정을 붙일만한 단체로 성장한 것 같다. 2009년이 되어 내가 들어온 반의 이름은 상상반. 상상반은 종교학과 전공예약생 8~9명 정도+인문대 광역2에서 임의로 선발된 10명 내외의 학생=총 17~18명이 이루는 단위 공동체였다. 뭐 지금도 있으니까 '~이다.'를 붙여도 좋겠다.
3월 내내 밥을 사주는 선배, 새터와 엠티를 겪으며 조금씩 가까워진 동기들, 별거없이도 재밌었던 축제, 힘들었지만 보람찬 일홉 등을 거치며 선배가 되었고 이제 내가 3월 내내 밥을 사주기도 하고 새터 가서 술을 멕이기도 하며 같은 수업에 들어가서 조금만 지나면 다 알만한 사실을 갖고 아는 척을 하기도 하며 그렇게 지냈다.
과반 공동체에 좋은 추억만 있는 건 분명 아니다. 두 자릿수 이상의 사람 모인 곳이니만큼 당연히 맘에 드는 사람도 있고 맘에 안 드는 사람도 있고 무엇보다도 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만한 공통 요소를 잡기가 어려워서(예를 들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라고 해도 인문학을 어떻게 하나로만 보겠는가..) 밥/술자리 외의 모두가 다 모일만한 자리를 만드는 것도 요원한 일이다. 다 같이 세미나를 하기도 쉽지 않다. 인문학 전반을 읽으려니 종교학과 후배들한테는 먼저 권하고픈 책이 있고 종교학 책을 같이 읽자니 종교학에 관심없는 후배들에겐 폭력이나 다름없다. (개인적으로 엘리아데의 언어는 매우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1학년 신입생들에겐.)
그러다보니 과반에 나가는 건 점점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정확히는 과반이란 것에 염증을 느끼지 않아서, 아니면 염증을 느껴도, 계속 나오는 사람들. 이것도 반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학번이 높아지면서 점점 바빠지고 그러다보면 '놂'과 '(새로운?) 만남'의 장인 과방에 나가는 건 점점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제 앞가림하기도 바쁜데 누굴 만나서 놀고 누굴 새로 만날 시간이 어디 있나. 하물며 그 방에 내가 껄끄러운 사람이 앉아 있을지도 모른다면 더더욱..
여하튼, 이제 그 과방 공동체를 점점 해체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본부든 단대든 간에 인문대 단위로 가는 행사를 늘리고 15개의 분할된 단위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보단 인문대/서울대라는 넓은 단위 속에서 교류하고 성장하길 권유하고 있다.
그런데...고작 두자릿수의 학생들에게도 공통의 관심사를 찾기 어렵고 membership을 부여하기 어려운 마당에 세자릿수 학생들에게 그런 걸 하는 게 정말 가능한 건가? 정말 인문대라는 이름의 공동체가 생기는 게 가능한 걸까? 그러니까 아주 간단한 투표나 의견 수렴 정도가 아니라 서로 토론하고 토의하고 만나고 놀고, 공부하고 그런 면에서 '인문대 공동체'라고 부를 만한 단위가 탄생하는 건 과방 공동체가 순기능만 발휘하는 것보다도 어렵다. 이런 단체는 정이 붙는 단체라기 보단 계산이 돌아가는 단체다.
반방이나 과반 공동체는 나에게 추억이 서린 공간이다.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선후배 포함) 몇몇은 여기서 만났고 여기 사람들이랑 복작거렸기에 만든 기억들도 여럿 있다. 동시에 참 답답하고 서글픈 장소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주저하다가 다가설 기회를 놓쳤고 다음에는 너무 들이대다가 그 다음에는 더 이상 끌어안을 힘이 없어서 마음맞는 사람만 남기고 그냥 나머지를 흘려보냈다.
여러 모로 애증의 공간인 반 공동체. 지금 시점에서 솔직히 '이게 없어지든 말든 내 알 바 아님.' 이럴 수도 있다. 어차피 종교학과는 있을 거고 그럼 제도권(대학 본부/인문대/학과)에서 알아서 '과 정체성'이란 걸 심어주기 위해 뭔가 여러가지 만들 것이고 난 거기서 후배님들 만나고 이제 친해져서 굳이 과방에서 만날 필요가 없는 친구들이랑 술 먹고 놀면 그만이다.
결국 반 공동체가 사라지는 모습, 사라져가는 모습에서 아쉬움을 느끼고 그런 움직임을 반대하려는 것은 그걸 전혀 발전적이지 않은 형태로 해체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본부 측에서도 이러한 자치 단위가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데도 권위와 힘으로 찍어 누르려 하고 그러다보니 학생회 쪽에선 반발할 수밖에 없고...신입생 입장에선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의견을 접하는 건 어렵고 사실 관계의 파악마저도 어렵다. 왜 뭔가를 으깨 부셔버리고 새 걸 만드는 데 집착하는 걸까? 어차피 과반이라는 단위는 단단하지만 느슨하기도 한 조직이라 과 체제가 부활하면 자연스럽게 과 체제로 나뉘어져 와해되게 돼 있다. 본부가 해야 할 일은 인문대 학생회 일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 붕 뜨는 기간동안 갈 곳 없는 사람들(1-2부터 2~3학년?)을 잘 다독이는 것 아닌가?
별 생각없이 시작한 글이라 정말 두서가 없는데..뭐 결론은 이렇다.
한 줄 요약: 없앨 땐 없애더라도 or 없어질 땐 없어지더라도 AS는 좀 확실히. 그게 상호 간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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