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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버틀러 읽기 (임옥희)

herimo 2013. 4. 26. 00:58

#북리뷰




주디스 버틀러 읽기

저자
임옥희 지음
출판사
여이연 | 2006-07-2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철학 이론을 풀이한 책. 주디스 버틀러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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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희, 『주디스 버틀러 읽기: 젠더의 조롱과 우울의 철학』, 서울: 여이연,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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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버틀러를 쉽게 읽을 수 있을까?


실상 헤겔, 라캉, 버틀러 등 문체 자체가 난해한 것을 뛰어넘어 때로는 자기 분열적이기까지 한 이론가의 책을 읽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이들의 자기 분열적인 언사들을 일관된 이해의 틀을 통해 해석하고, 전달하는 일 역시 당연히 어렵다. 어떠한 틀을 덧씌우든 간에 이들의 의견은 반박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처해 있기도 하다. 결국 난해하기로 이름난 이론가의 해설서들은 필연적으로 틀릴지도 모르지만 안내를 위해 그러한 오류를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불가피하게 필요한데, 우리는 어떤 것에 대한 예비적 지식이 없다면 길을 잃고 헤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무런 예비적 지식 없이 버틀러를 읽는 경우 (이 책에서 밝히고 있듯이) 본질을 해체한 후에 남는 것은 무엇이냐, 이것이 허무주의와 뭐가 다르냐는 질문이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특유의 문체로 인해) 버틀러를 쉽게 읽을 수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그에 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해설서를 읽을 필요가 있을 텐데, 국내에 출간된 버틀러 해설서는 다 해서 3~4권 정도에 불과하다.


이 책은 버틀러의 주저인 『젠더 트러블』이 한글로 번역되어 출간되기 약 2년 전에 출간된 책으로 『젠더 트러블』을 이해하기 위한 예비적 구획으로 매우 적절한 시기에 출간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다른 책을 해설서 삼아 먼저 읽었고 이 책은 『불확실한 삶』에 대한 예비적 지식을 획득하는 한편, 『젠더 트러블』을 읽으면서 발생했을 수 있는 오해들을 바로잡기 위해서 읽었다.



-정체성의 해체와 정치성의 해체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에 동의하지만 가장 동의하지 않는 부분을 한 부분만 짚자면 다음 부분이다.


"따라서 '정체성은 없다'는 진술은 불변의 정체성이 없다는 것이지 '정확적인 situational' 정체성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는 선상에서 협상이 가능하다. 만약 그렇지 않고 문자 그대로 모든 정체성을 해체하려 한다면, 그것은 인간 욕망의 양면성을 외면하려는 또 다른 욕망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주디스 버틀러 읽기』, 103)


임옥희 씨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버틀러가 디아스포라에 대한 버틀러의 발화를 '기만적인 것'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는 입장을 개진한다. 내가 버틀러를 읽기에, 버틀러는 이미 『젠더 트러블』에서도 '정황적인, 혹은 입장으로서의 situational' 정체성 개념을 예비해두고 있다.


"정체성의 해체는 정치성의 해체가 아니다. 그것은 정체성이 표명되는 관점 자체를 정치적인 것으로 확립한다." (『젠더 트러블』, 363)


정체성의 해체 뒤에도 정치성이 해체되지 않는다는 것, 곧, 그 관점 자체를 정치적인 것은 사실상 정치적 입장이 존재하고 그것이 일정 수준에서 국가에게 요구할 수 있는 통약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정-중의-주체에게서 교차되는 권력 벡터들은 서로 겹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정치적 수행은 분명히 요청되는 것이다(이 부분에서 나의 버틀러에 대한 참조점은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이다).


아무튼, 이외에는 크게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없었고 버틀러 이론에서 독자들이 느끼는 난감함을 공감하고 있는 이론가가 쓴 책이어서 프로이트의 나르시시즘이나 우울증, 애도에 대해 프로이트의 문헌을 이용해서 자세히 설명해준다. 조앤 리비에르의 '가면으로서의 여성'에 대한 논의도 간략하지만 간략한 만큼 잘 요약되어 있어 참고하기에 유용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버틀러에게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친 헤겔, 니체, 푸코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편. 라캉에 대한 설명도 버틀러가 이해하는 라캉을 이해하는 수준으로는 적절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좀 더 충실한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특히 Bodies That Matter에서 'Arguing With the Real' 챕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라캉에 대한 보충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훌륭한 설명서이면서 리더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further reading


-주디스 버틀러, 양효실 역, 『불확실한 삶: 애도와 폭력의 권력들』, 부산: 경성대학교출판부, 2008.


버틀러의 윤리학을 알아보기 위해 주문한 책. 사실 Excitable Speech가 시작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 많은 개론서에서는 이 책을 버틀러식 윤리학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어서 일단은 ES를 안 읽어본 나로선 이쪽 의견을 따르고, 뭣보다도 번역된 게 이것밖에 없음-_-...암튼 그래서 선정 


-사라 살리, 김정경 역, 『주디스 버틀러의 철학과 우울』, 서울: LP, 2007.


헤겔, 니체, 푸코 등에 대해 좀 더 충실한 설명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2000년 까지 출간된 책들을 기준으로 버틀러의 초기 이론에 대해 보다 명료한 설명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추측형인 이유는 아직 서론부와 책의 전체적인 구성밖에 안 봐서..). 암튼 잘 읽고 이 책도 적당한 선에서 리뷰를 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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